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한 적이 있는 나에게 일본만화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아주 오랜만에 일본 애니가 개봉을 했고, 이미 국내에서 300만 명이 보았다는 건 모든 면에서 우리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줄거리
규슈의 조용한 마을에 살고 있는 주인공 스즈메는 학교 등교길에 소타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호기심에 이끌려 그를 쫓아가 마을 근처 산속 폐허에서 낡은 문을 발견하고 그 문을 열자 마을에 지진 위기가 불어 닥치게 된다. 그리고 소타를 도와 겨우 문을 닫아 재난 위기를 넘기게 된다. 집에서 소타의 상처를 치료하는 중 의문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스즈메가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의자로 변신시켜버린다. 그리고 일본 여기저기에서 재난을 일으키는 문들이 열리기 시작하고 여기서 미미즈라고 불리는 재난을 일으키는 에너지가 나온다. 스즈메는 의자가 되어버린 소타와 함께 다이진을 잡고, 재난이 나오는 문을 닫기 위해 키워준 이모 속을 썩이면서 까지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규슈, 시코규, 고베, 도코의 지진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스즈메와 소타. 그러다가 스즈메는 자신의 어릴 적 고향에 가게 되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잊고 살았던 본인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서 스즈메는 아주 어려서부터 잊으려고 했던 엄마와의 이별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등장인물
4살 무렵 동일본 지진으로 엄마를 잃은 스즈메는 이모의 가족이 되서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등교하고 친구들에게는 엉뚱하지만 호기심 많은 10대 소녀이다. 하지만 밝은 미소 뒤에는 늘 어두운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있다. 스즈메는 자신보다는 타인의 목숨을 소중히 아끼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소타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를 다시 살려 냈다. 선생님이 되려고 몇 년을 임용고시 준비를 했던 청년 소타. 하지만 집안이 대대로 재난 미미즈를 막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문지기이다. 소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게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 평생을 살아온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순간 의자가 되어 버렸을 때도 자신의 육체를 그대로 통제하고 받아들이는 담대함. 마지막에 본인의 생명을 바쳐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운명을 받아들이는 초월적인 모습. 인간적인 번뇌와 싸우면서도 세상을 구하기 위한 본인을 희생해야만 하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그이기에 이 영화는 더욱 거룩한 희생이 빛이 발했다. 이번 영화에 등장인물 중 가장 사랑을 독차지한 다이진. 다이진의 목소리를 초등학생이 연기를 해서인지 더욱더 사랑스럽지만 엉뚱함이 잘 묻어 나왔다. 어린애 같은 순수하고 순진한 목소리와 행동은 모든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사랑스럽지만 얄미운 고양이 그 모습 그 느낌 그대로였다. 스즈메의 이모는 정말 안쓰러운 사람이다. 자신의 젊은 청춘을 고아가 된 조카를 위해 온전히 희생하고 이제는 자신을 떠나려고 하는 사춘기 조카에게 섭섭하지만 온전히 사랑으로 감싸준다. 그리고 스즈메가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일본 각 지역의 남녀노소 모두 한 명 한 명 영화에서는 소중한 인생의 한 조각으로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감독의도
'너의 이름은'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기존 일본 애니의 감동에 신선함을 더해 주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우리 대한민국은 지진이나 해일등에 일본보다는 안전하다는 지형에 살고 있어서 인지 우리 한국은 재난 영화를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 또 재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의 호응도를 엄청나게 끌어내기에는 약간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섬나라 일본은 지진이 자주 그것도 상당히 큰 재난이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단지 재난을 통해 피어나는 상처를 치유하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재난을 막기 위해 확실한 신녕과 동기가 있어야 하고, 수많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되어야 한다는 본인의 의도를 은근히 깔고 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급의 배경 묘사와 각 일본 지역의 특색을 자연스럽게 살리고 있다. 특히 하늘과 도시 배경 색감과 묘사는 와우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예기치 않은 재난과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와 어떠한 난관이 있어서 사랑만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감독의 신념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묻어있다. 영화에서는 반복적으로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많이 보여주는데 우리가 매일 매시간 함께하는 작은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런 작은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더라도 남아 있는 스즈메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천천히 일상을 다시 시작하고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리라는 동양적인 위로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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