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롯데월드타워에서 큰 애와 함께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오랜 기간 목소리역할을 해줘서 시즌마다 보러 가곤 했다. 거의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그가 다시 돌아왔다.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등장인물
장화 신은 고양이 주인공 목소리를 내가 좋아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다시 맡아 주어 너무 기뻤다. 수십 년 전 난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조로에 나오는 보통 이상의 액션 스타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노래 부르는 걸 보고 푹 빠져버렸다. 그 이후 이 스페인 출신의 섹시 가이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내 딸아이에게 안토니오 반데라스 사진을 보여 주었더니, 할아버지잖아라고 약간 실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말에 난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내 딸 눈에는 반데라스가 이미 60세라는 나이를 많이 먹어버린 그런 할아버지 뻘의 처음 보는 할리우드 배우였으리라. 난 지금의 MZ 세대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그들과 함께 문화와 공연을 함께 보고 즐기려고 한다. 여자주인공 커티 말 랑손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셀마 헤이액이 맡아서 영화 분위기의 그 자체였다. 그녀와 '데스페라도'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되면서 성공 대열에 오르게 된 히스패닉 계열의 배우이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등장인물은 페로. 페로를 보면 아마 모든 사람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강아지일 것이다.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페로의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타인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이타적인 인물이다. 악동 역할을 하는 여러 캐릭터 중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는 그냥 악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가족이라는 게 그냥 혈연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정한 가족이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
고양이의 목숨은 총 9번이 있다고 한다. 이미 8번의 목숨을 잃은적 있는 푸스는 마지막 남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본인이 쌓아 온 명성을 버리고 도피를 선택한다.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늑대와의 첫 대결에서 그는 본인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 남은 목숨을 지키고자 키티 말랑손과 페로와 함께 소원별을 찾아가기로 한다. 여기서 소원별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는데, 지도에 나타나는 길이 바로 주인공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밟은 인생길이자 본인들이 삶을 대하는 진정한 태도를 지도 위에 있는 곳곳의 모습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소원별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명의 빌런들과 주인공들은 대적해야만 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재치와 임기응변의 대처로 우여곡절 끝에 소원별을 만나게 된다. 소원별의 마지막을 차지하게 되는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될지 끝까지 흥미진진했다.
생각
우리 인간도 태어나서 죽고, 다시 태어나서 죽기를 총 9번 반복할 수 있다면 인간들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게 될까? 무엇보다 그런 자신의 모든 생애를 기억하면서 살아 간다는 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 일수도 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드림웍스, 디즈니, 유니버설픽쳐스 등 많은 회사들은 만화를 단지 어린이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 가족이 본인들의 역할에서 큰 깨달음을 받을 수 있는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을 재해석해서 새롭게 탄생시키고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또 남녀 간의 사랑 등 믿음, 우애, 희망, 용기, 선과 악, 진실 등에 동양과 서양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번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시간을 아끼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우리 삶은 아름다운 게 아니라 내일 죽지 않는다는 확신에 오늘 하루를 그냥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인생이 처음에는 혼자 태어나서 모험으로 시작했지만 진정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면서 더 풍성한 인생이 되고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욱더 소중한 삶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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